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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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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ㅣ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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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8

나는 자그마한 소년이였다. 얇은 반바지를 입고 이리저리 외진 곳을 잘도 비집고 다니는 어리고 호기심 많은 그 것. 도시는 그렇게 현대식도, 구식도 아니었다. 대기에서는 눈 냄새가 풍겼다. 서서히 부식 되어가는 정체된 건축양식의 잔재만이 느린 동작으로 쓰러지는 듯 시민들, (매일 아침 일어나 움직이고 일하고 분주하게 욕구를 채워야만하는 살덩어리들)을 껴안고 있었다. 군중들 너머로 한 경찰이 수상쩍한 낌새를 느꼈는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경찰답게 두터운 검은 외투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나는 죄가 없었지만 이미 도망하고 있었다. 그는 꽤나 인내심있는 사내였다. 나를 끝까지 쫒아가 혼쭐을 내줄 작정이었음이 틀림없다.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원숭이처럼 벽을 타기 시작했다. 껑충 껑충 콰지모도가 자신의 성당을 어루어 만지듯 잘도 탔다. 경찰이 엘레베이터를 탈 것이란 짐작을 했지만 나는 계속 올라갔다. 순간 아찔했다. 나의 옷가지는 갸날픈 철조각에 걸려서 나는 까마득한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죽음이란 어리둥실한 것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슬픈느낌으로 나는 건물의 다른 모퉁이를 간신히 붙잡고 기어오르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이 탑의, 이 도시의 끝자락이였다. 순간 빌딩과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나는 곱게 빻아놓은 소금 가루 같은 모래가 있는 작은 해변에 다다른 것을 알았다. 수채화 붓자국처럼 갸날프고 얇은 터키색 바닷물은 달빛에 반사되어 일렁거렸다. 내가 이제 것 타고 있던 것은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어린이용 서핑 튜브였다. 그것은 제 임무를 다 한듯 바닷가에 정지하고 나는 새 마을에 입성했다.

 

달의 마을.   

내가 도착한 마을은 기묘한 달빛과 설레임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이곳이 끝이었음에도 이 항구의 사람들은 모두 떠날 채비가 역력한,  희망에 찬 기다림의 나날을 보낸 듯 했다. 배가 오기를..... 

위에는 달이 떠있었다. 충만하고, 거대한 달덩이가 손에 달듯 가까이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달가루가 떨어지는 듯했다. 그것의 존재감은 너무 지대해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만 말할수 없는, 그런 어둠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는 이 낯선 환경에 홀리어 어리버리하게 서성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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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28.01.2014

친구들과 수다를 떨으러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관광객임을 부정하는 나의 자세는 여전히 비대한 자아탓인가. 자본주의 세계를 폄하하는 나의 태도는 그저 나를 소소한 시민으로 전락시킬 뿐이었다. 그저 그 술집에 자주 드나드는 그 사람이 될 뿐이다. 이제 술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젊은 날의 취기는 야망과 희망으로 나를 무섭게 채찍질 하였다. 나는 이제 리비아의 사막을 초원으로 바꿀 그럴 의지가 없으며 심오한 기호 속에서 발견되는 지적 만족, 그리고 그런 미로를 나도 창시할 수 있으리란 미련 마저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응결된 게으름 또한 큰 해가 되지 않는다. 

이제 나는 어느 여자처럼 수다를 떨수 있다. 화장도 하고, 남자 얘기도 한다. 그것도 많이.

어머니께서 나를 가지셨을 때 있었던 그 다리를 걸었다.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사진을 좋은 각도에서 찍으려고 바닥에 쭈그린 아랍 청년의 청바지 넘어의 털 덮힌 푸른 엉덩이가 많이 추워 보였다. 다들 뒤에서 그의 엉덩이를 웃었다. 온통 관광객 뿐이다. 백그라운드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이 먼곳을 왔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기 몇 시간 전, 이웃인 캐런이 수다를 떨려고 문을 두드렸다. 간호사인 그녀는 응급실에서 일한다.어젯 밤엔 사과가 항문 속에 갖혀 버린 할아버지가 들어와서 고생 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세 번씩은 '항문에 들어간 물건' 케이스가 있다고 하면서 자기는 왠만한 괴질병에 다 노출된 몸이라고 이렇게 농담까지 할 수 있는 정도인 자신이 꽤나 자랑스러운 듯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고요했고, 아무런 방해 없이 입국 도장이 찍히고, 비행기 장에서 3분거리인 내 은식처는 떠날 때 남겨 두었던 정적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나를 맞이했다. 서두르는 사람도 없고, 무엇을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묻는 것이다.


나는 이 땅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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